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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 보고, 듣고, 느끼다

[뮤지컬]돌아온 바람의 나라

 

 

 

 

 

 

 

 

 

 

 

 

 

 

 

 

 

 

2009.6.10

무휼 - 고영빈, 해명 - 양준모, 괴유 - 김산호

 

 

 

2년만에 돌아온 바람의 나라 입니다.

이제나 저제나 두근두근 기다리다 드디어 첫공!

잽싸게 소감문 올립니다.

 

 

 

<추가 - 첫공을 보고 흥분한 나머지 이전 공연과의 비교글만 올리고, 공연에 대한 감상은 빠졌더군요>

 

뮤지컬 바람의 나라는 아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만화가 원작이예요.

만화도 한두권짜리가 아니라 방대한 내용의 대 서사 만화기 때문에, 2시간 안팎의 뮤지컬에 모든 내용을 넣을 순 없죠.

그래서 공연은 짤막짤막한 에피소드들로 구성됩니다.

공연을 보기 전에 인물에 대한 공부를 간단히 하시면 이해가 쉬워요.

역사공부와는 담 쌓고 사는 저도 해명, 무휼, 호동 등 주인공 관계를 이해하느라 애 좀 썼어요 ㅎㅎ

 

해명이 어쩌다 아버지 유리왕에게 죽임을 당하고, 그를 따르던 무리가 무휼에게 충성을 다하게 되는지,

왜 무휼의 아내 이지는 호동을 미워하게 되는지,

 

무휼이 어린시절부터 다짐하는 왕으로서의 자세...

 

단편적으로 흐르는 에피소드들이 하나의 줄기를 구성하는데 있어, 이번공연은 흐름이 매끄럽게 다듬어지고, 편곡도 조금씩 추가되었습니다.

 

바람의 나라의 음악은 드라마 하얀거탑의 주제가로 쓰이면서 더 친숙해 졌는데,

역시 이 음악은 객석에서 들어야 제맛이예용 ㅡㅜ 감동

 

웅장한 선율의 음악과 더불어 안무!

억울하게 죽은 이를 위로하는 망무기굿과, 무휼의 독무도 멋지지만

특히 20여분동안 대사 한마디 없이 서울예술단의 몸을 사리지 않는 안무로 구성되는 전쟁씬은 그야말로 압권입니다.

고구려군사의 행진. 대적하려는 부여군. 그리고 전쟁....

 

위의 세 장면은 제가 제일 좋아하는 장면이기도 합니다.

 

단순히 '잘 만들었구나'가 아니라

'정말 공을 들여 만들었구나' 의 느낌이 물씬 풍기니 티켓값이 아깝지 않아요 +_+

한국적인 선율과 안무는 수출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구요.

주변사람들에게 강추를 날리게 되는 공연입니다.

 

 

 

 

이제부터는 이전 공연과의 비교글.

좋은점도있고 아쉬운점도 있네요.

 

 

1. 잘 다듬었으나 오버하지 맙시다.

 

이번 공연은 지난번에 비해 전체적으로 극이 매끄럽게 다듬어졌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2007년 공연은 여러번 보고, 2006년 공연은 극장 밖에서 모니터로 봤답니다...;;;;

 

이전 공연에서 많이 지적했던, 구신들이 죽는 장면도 전에는 물과 기름같았는데, 지금은 비누칠을 한 것처럼 구신들과 무사들이 잘 섞였구요,

병아리의 뜬금없는 랩도 호동과의 대화에 미리 전주를 깔아놓고 랩 대사를 축소하면서 거슬리지 않게 되었어요.

어째 병아리의 비중이 줄어든 것 같아 좀 아쉬워요 ㅡㅜ

 

놀랐던 것은 해명을 따르던 사람들이 무휼을 맞는 노래에서

마로가 갑자기 오바 코러스를;;;;;;

뜬금없어서 깜짝 놀랐어요 +_+ 노래 잘하시는건 아는데 오바했다는 느낌이;;;

 

이길은 나의 운명을 부르는데, 무휼의 두 와이프들이 노래 막판에 하이 소프라노를 질러서 다시 깜놀;;;

둘 중 한명만 했으면 좋았을 텐데. 같이 하니 부담돼요.

 

그리고 등장하는 천녀 가희.

어머 의상이;;;; 너무 섹시해요. 헤헷

 

 

 

2. 첫공이라 긴장한건가요?

 

전체적으로 극은 매끄럽게 진행됐지만, 배경음악이 장면전환되면서 갑자기 바뀌거나,

배우들의 마이크 조절이 잘 되어서 일부 대사를 씹거나,

노래의 첫소절을 놓치는 실수가 잦았습니다.

 

그리고 배우들의 대사가 전체적으로 빠르다는 느낌이 많이 들었네요.

가희도, 해명도, 호동도...

대사 전달은 되지만, 감정 전달은 좀 부족해요.

 

괴유가 해명을 만나는 장면.

괴유가 해명이 휘두르는 칼을 슬쩍 빼앗아야 되는데,

해명이 건네주고 괴유가 집어드는거, 보입니다.

 

그리고, 중간에 배경 영상으로 사람들 시선이 옮겨졌을 때,

스탭들이 달려나와 계단 들고 들어가는거, 잘보입니다. ㅎㅎㅎ

 

 

 

3. 그 외 아쉬운 점

 

해명이 창을 꽂고 죽는 장면.

핏빛 조명에 실루엣으로 창을 꽂는 중요한 씬이,

2층 구석에선 잘 안보이더군요;;;

아마 1층 오른쪽 객석에서도 잘 안보였을 거예요 ㅡㅜ

 

그리고 이지가 처음 등장하는 장면.

천장에서 기둥이 내려옵니다.

나중에 수호무사들이 기둥뒤에 숨어 구신들을 엿보다 죽이게 되니, 필요한 소품이고 잘 어울리는데,

중요한건 객석 위치에 따라 이지의 얼굴이 안보인단 말입니다.

짠 하고 이지가 등장하는데, 전 팔밖에 못봤어요.

제 양옆에서도 안보였다고 하네요 ㅡㅜ

 

3기 호동인 김태훈씨.

자나돈트에서 노래 잘하는구나 생각했는데, 어려보이지는 않아요;;

처음 등장할땐 젊은 아들 같더니, 점점 어려 보이긴 해도 꼬맹이처럼 어려보이진 않아요.

막공쯤 되면 어려보일까요?

 

그리고 청룡이 등장하는 씬.

이번엔 체조선수들의 현란한 공중 돌기가 사라졌어요 ;ㅂ;

아쉽.

 

 

 

* 다들 열심히 하셨는데, 쓴소리 하려니 맘이 아프네요. 애정의 표시로 봐주삼.

 

 

 

4. 그래도 여전히 완소 강추 뮤지컬

 

좋아하는 장면인 망무기 굿과 전쟁신, 무휼의 독무는 그대로더군요. 좋아요 좋아

 

혜압은 여전히 카리스마 넘치고, 망무기 굿도 좋아요.

전쟁신이랑 망무기 굿 잘보려고 2층 맨 앞에 앉았는데, 담엔 1층에서도 볼까 생각중이예요.

 

무휼의 독무.

힘과 절제가 느껴져서 좋았구요.

 

새로 해명으로 등장하신 양준모씨. 홍경수씨와는 느낌이 좀 달라요.

홍경수씨가 죽어서도 동생을 애틋하게 아끼는 형의 느낌이라면

양준모씨의 해명은 강인한 바위 같달까.

특히 전쟁신에서는 등장해서 뒤에 서 있기만 해도 존재감이 굿입니다.

 

김산호씨는 팔다리가 길죽길죽해서 정말 다른 세상에서 온 존재같구요.

전쟁신 끝나니깐 작긴해도 환호도 나오구요 ㅎㅎ

 

엔딩 씬.

전에는 호동이 뜬금없이 죽고 끝나는 듯 했는데,

이번엔 호동의 죽음에 관한 글을 길게 보여주네요.

호동이 노란 조명을 받으면서 주위를 둘러볼때, 주변 어른들이 파란 조명으로 어두워지는 것도 좋구요.

어린 호동이 의지할 데 없이 외롭게 죽는구나 하는 느낌이 들었어요.

 

 

새로워진 프로그램도 좋네요. 제본 방식이 독특해요.

하지만 집에 와서 보니 제본실이 줄줄 풀리고 있다는거...ㅋㅋㅋ

 

3주 정도의 짧은 공연기간이 아쉽지만, 그 안무를 소화해 내려면 이 정도 기간이 맥시멈이겠구나 하는 생각이 드네요. 막공 때 한번 더 볼까 생각중입니다.

재작년 막공때 전쟁신이 끝나고서는 함성때문에 극장이 터지는줄 알았거든요.

그때의 감동을 다시한번 ..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