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04 보고, 듣고, 느끼다

[뮤지컬 미션]이게 최선입니까?




날짜 : 2011.2.5(토) 03:00
장소 : 세종문화회관
출연: 외국인들



공연을 보고 3일이나 지났는데도 흥분이 가라앉지 않는다. 
두고두고 잊혀지지 않을 공연이다.



이런 영화를 그 먼데까지 가서 돈주고 보다니...... 생각할수록 열이 오른다. ㅡㅜ

남자의 자격에서 넬라판타지아를 부르기 전부터 '가브리엘의 오보에'란 곡을 좋아했었다.
워낙 예전 영화라 보진 않았지만, 대략적인 내용도 알고, 유명한 음악도 있고, 120억을 들인 대작에,
작년에 한번 공연 완성도의 이유로(정말일까?) 취소된 적이 있기때문에, 비싼 관람료도 감수하고 예매한 공연이었다.

그리고 더 미션은 나의 모든 기대를 하나도 빼놓지 않고 모두 저버렸다.
아무리 훌륭한 오케스트라의 연주여도, 녹음한 소리는 라이브와 비교해 생생함이 떨어지는데, 앙상블도 모두 녹음이고, 라이브를 하는 배우들은 노래를 못한다. ㅡㅜ
무대 양 옆을 막아 중앙만 사용하면서 '초대형'이라고 광고하는것도 웃기고
(게다가 홍보영상은 미션이 아니라 뮤지컬 '십계' 공연 영상이다. 이건 허위광고 아닌가?)


가장 참을 수 없는 것은 공연 자체의 퀄리티가 떨어진다는 것이다.

움직일때마다 덜컹거리는 찜질방 인테리어같은 세트, 폭포가 넘 작은거 아닙니까? 바위산도 넘 허술한거 아닙니까? 
무대 양옆 막아서 좁게 사용하는데도, 휑한 무대가 나의 마음을 휑하게 만들었음.
영화의 장면을 어거지로 옮겨놓은듯한 밋밋한 연출,
고음불가의 여주인공 ㅡ_ㅡ;;;;;;

배우들 하나하나 노래와 연기를 너무 못한다.

시동생이랑 바람나서 그 결과로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사람이 도덕군자처럽 입바른 소리를 하면서 노래도 못하는 카를로타는 캐릭터 자체가 이상하고, 
분노에 휩싸여서 노래해야되는데 힘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맥없는 로드리고, 
(화났답시고 도끼로 통나무 내려치면서 노래하는거 좀 웃겼음.. 나중에 원주민들이 통나무랑 도끼를 치워야되는데, 도끼가 나무에서 안빠져서 치우는데 한참 걸림......)
 그 유명한 넬라판타지아에 영어 가사를 붙인 simple melody를 제목처럼 심플하게만 부르는 가브리엘 신부 - 연기는 나쁘지 않았으나, 숭고한 정신을 나타내는 데는 역부족이었고, 죽을 때도 뭐 죽었구나... 정도.,...

티팬티만 입고 등장해서 관객들을 놀래켰던 원주민들은 어이없는 율동과 성의없는 립씽크로 다시한번 놀라움을 선사해주었다.
스페인 병사들은 활맞고 쓰러진 다음에 스스로 일어나 걸어서 퇴장함. ㅡ_-;;;; 것도 딸랑 네명. 
네명이서 죽었다 살았다 죽었다 살았다는 계속 반복함.

배우들이 노래를 못해서 그런지 녹음하는 데 든 비용이 아까워서 그런건지 지나치게 큰 MR도 거슬리는데다가,
녹음한 합장소리와 앙상블들의 옹알거리는 불협화음도 너무 신경쓰이고.... 
관객들도 다들 비슷하게 느끼는지, 여주인공 카를로타의 아리아가 몇 번이나 나오는데, 아무도 박수를 안침.
커튼콜때만 미약한 박수소리가 났는데, 예의상 쳐주는 것 같았다.


공연이 끝나자 마자 딱 드는 생각은 '학예회 본것 같다' 였다.

나갈때, 디너쇼보다 못하다는 어르신들의 투덜거림을 들었다.
그분들은 다신 공연 안보실지도....


인터파크에서 공연 평을 남겨달라는 메일이 왔길래 폭풍같은 후기를 남겼건만(나는 너그러우므로 별을 무려 2개나 주었다)
공연평,기대평,Q&A 등 글을 남길 수 있는 모든 페이지가 막혀있었다. 
투자자가 인터파크라서 그런겁니까?
열받아서 홈페이지가 찾아들어가보니 사람들이 환불 요청하고 있네... 나도 동참할까.... 안해주겠지....ㅡㅜ


이런걸 만들어놓고 세계 최초 초연이라고 광고하다니!
이건 그냥 한국 관객들을 우롱하는 처사라고 밖에 생각되질 않는다. 

비싸게 받아먹고 짧게 치고 빠지려는 꼼수가 너무 뚜렷이 보이는 관객 우롱극 더 미션
잊지 않겠다. -